최영갑 성균관유도회장 "성차별적 제사, 이제는 바꿉시다"

입력 2022-07-18 17:43   수정 2022-07-18 17:50

"많은 국민들이 '유교'라고 하면 '꼰대' 또는 '고리타분한 이념'으로 받아들입니다. 시대가 변하면 그 시대에 맞게 가야 합니다. 유림들도 시대에 변할 준비가 돼있습니다. 성차별 문화를 타파하고 한문 경전을 최대한 한글로 바꾸는 '유교 현대화'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."

18일 최영갑 성균관유도회총본부 신임 회장(59)은 기자 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취임 일성을 밝혔다.

최 회장은 지난달 전국 유림을 대표하는 유도회의 25대 회장으로 추대됐다. 유도회는 전국 17개본부, 290여개 지부가 있다. 과거 성균관대 설립을 주도했던 단체다. 현재는 대중 교육 사업, 도덕성 회복운동을 담당하고 있다.

최 회장은 "제사나 차례 등 유교 의례가 복잡하다 보니 집안 어른들이 독점하다시피 했다"며 "갈수록 국민들이 유교 의례를 기피하는데, 취지를 살리되 간소화하는 게 맞다고 본다"고 말했다. 그는 "중요한 건 형식이 아닌 마음가짐"이라며 "다만 중종들은 일종의 문화재인 제례 음식 문화를 지킬 것"이라고 덧붙였다. 일반인과 유림들의 의견을 반영해 다음달 구체적인 간소화 방안을 제안할 예정이다.

예컨대 차례상은 한 번 상 차릴 때 18~20가지 음식을 올리는 대신에 10가지 안팎으로 가짓수를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. 최 회장은 "밥과 국, 과일, 나물, 포(脯), 술 정도가 되지 않겠느냐"고 했다. 올해는 차례, 내년에는 기제사(忌祭祀)까지 간소화 방안을 제안할 계획이다.

최 회장에 따르면 유교 국가인 조선에서도 서민들은 부모까지만 제사를 모셨다. 성종때 지어진 <경국대전>을 보면, 3품 관료 이상은 고조부모(高祖父母)까지 4대 제사를 지내고, 그 아래부터 6품 이상은 증조부모(曾祖父母)까지 3대, 7품관 이하 선비들은 조부모(祖父母)까지 제사를 지내도록 했다. 서민들은 부모 제사만 지내는 걸 권장했다.

1894년 갑오경장으로 신분제가 철폐되고 '누구나 양반인 시대'가 되자 고조부모까지 제사를 지내는 문화가 생겼다. 이후 대가족이 해체되면서 제례 문제로 화합은커녕 갈등을 겪는 가족들이 적지 않다.

최 회장은 의례 간소화 외에도 '세상과 호흡하는 살아 있는 유교'를 만들기 위해 목표로 삼은 일들이 많다. 임기 3년 동안 성균관 문묘에 더 많은 유교 선현의 위패를 모시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. 현재 성균관 문묘에는 공자와 그의 제자, 최치원, 퇴계·율곡 선생 등 39인의 유교 선현의 위패가 안치돼 있다. 조선 중기의 문신 박세채 이후 새로운 위패는 모셔지지 않았다. "추가로 위패를 모시는 문제는 논쟁거리가 돼야 한다"고 최 회장은 말했다. 그 과정에서 '지금의 유교'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.

1963년생인 최 회장은 역대 회장 중 나이가 가장 젊다. 하지만 유학에 쏟은 열정은 유림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. 최 회장은 성균관대 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철학 박사를 받았다. <한글 대학 중용>, <군자가 살아야 나라가 산다>, <한권으로 읽는 동양철학이야기> 등 활발한 저술 활동을 펼쳐왔다. 최 회장은 "과거에는 학자의 길과 유림의 길이 다르지 않았지만, 현대에 와서는 학자는 연구 중심으로 완전히 달라졌다"며 "사회에 꾸준히 목소리를 내기 위해 유림 활동을 함께 해왔다"고 했다.

최 회장은 오는 19일 공식 취임한다.

구은서 기자 koo@hankyung.com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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